박상륭상 공식 홈페이지

박상륭상의 수상작 및 수상소감 등
지난 역사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상결과 >역대 수상자

역대 수상자 발표

제목 제8회 박상륭상 발표 : 황혜경 / 시 <변복變服> 외 9편
작성일자 2026-01-25

제8회 박상륭상 발표 : 황혜경 / 시 <변복變服> 외 9편










▶ 수상자 : 황혜경




▶ 수상자 약력 

     2010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에「모호한 가방」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느낌 氏가 오고 있다』『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겨를의 미들』이 있다. 







--

제8회 박상륭상 심사 경위








총 198명이 응모했다(시 109 소설 75(장편 28) 희곡 10 평론 4). 예년보다 평균적으로 적은 수치였다. 1차 예심에서 3분의 1 가량을 걸러냈다. 매우 빠른 심사 속도였다. 그만큼 기본적인 문장이나 구성 등이 시작부터 허술한 게 많았다는 뜻이다. 응모작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뒤처지는 게 아닐까 싶은 우려가 앞섰다. 허나, 기우였다.


응모 편수와 별개로 1심을 통과한 작품들의 수준은 예년에 비해 처지지 않았다. 진짜 고민은 그때부터였다. 시는 대체로 상향 평균 정도였다. 언어를 다루는 솜씨와 발상 등이 개성적으로 반짝이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시집 한 권 분량 정도를 보낸 경우가 많았는데, 비슷한 수준에서 고르고 고르다 보니 되레 모든 작품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착종이 생겼다. 다들 잘 쓰는데 왜 흥미롭지 않을까, 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 그 어떤 작품을 꼽아도 ‘박상륭상’의 이름에 걸맞지 않지 않나 싶은 의구심이 앞섰다. 그러다 다른 장르를 훑어봤다.


희곡들은 대체로 티브이 드라마적 구성과 플롯을 연상케 했다. 연극무대만의 특유한 시공간적 구성이 부실하거나, 부재해 보였다. 연극에 대한 기본 이해, 가령 영화나 드라마가 표현하지 못할 무대 예술 고유의 창작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들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평론에선 <쓸쓸한 행로의 윤리 – 박상륭 소설에서 니체의 초인과 감내하는 인간>이 눈에 띄었다.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전언을 박상륭의 소설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노라>와 빗대 박상륭 고유의 문학적, 철학적 궤적을 훑는 내용이었다. 말끔히 잘 정리된 논문 같다는 데 큰 이견은 없었다. 너무 잘 정리되고 문장도 말끔해 AI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는 의견도 농반진반 오갔다. 말끔하고 설득력 있는 해석과 정연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박상륭 작품의 본문 속으로 들어가 ‘박상륭만큼’ 치열하게 철리를 궁구하는 태도의 부재가 치명적인 결락 사유가 되었다. 


장편소설 두 편이 최종 언급되었다. <해독할 수 없는>은 20세기 중반 중국을 배경으로 한 연애소설이라고도, 역사소설이라고도 정리할 만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장르적 틀로만 묶을 수 없는 역사적 문제, 식물을 연구하는 한학자를 주요 인물로 삼은 디테일한 소재,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은은하고도 날카롭게 짚어낸 문장 등이 탁월하다 여겼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내용을 차분하고도 힘 있게 몰고 나갔다는 점에서 상찬할 만했다. 그럼에도 모종의 싱거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핵심이라 할 만한 내용(가령, 1970년대 중국 문화 대혁명 기간 동안의 주인공 행적 등)이 송두리째 빠진 채 느닷없이 70여 년을 세월을 이월해 가는 구성이 문제였다. 현재의 주인공과 과거의 주인공 모습으로 분리한 액자 구성을 아예 뻬버리거나, 두 주인공의 실질적 삶의 파고를 보다 장대한 스케일로 묘파했으면 걸작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정일화 1호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월영웅>은 방대하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도발적인 작품이었다. 작금 남한 사회를 흔들고 있는 유사 언론의 음모론을 풍자하며 실제 존재했던 정치, 군사적 사건들을 또다른 음모론으로 꾸며 세상을 희롱하고 인간 존재의 희극성과 비루함을 묘파하는 재주가 탁월했다. 남북 간의 심각하게 첨예한 문제를 현 남한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문제의식 등으로 소환해 현란하게 야유하고 비꼬고 풍자하는 작품이었다. 시쳇말로 ‘구랏발’이 엄청났다. 한번 손에 들면 줄줄 읽게 만드는 흡입력 또한 장렬(?)할 정도였다. 원고매수 2000매 넘도록 그 힘을 유지하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몇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세대 및 젠더 갈등이나 남북한 상황에 대한 과도한 음모론적 접근 등이 무수한 오해의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한 편의 소설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는 건 마다할 일 아니나, 그 논쟁이 종국엔 소설에서 풍자하고 있는 현실의 모든 문제들을 일차적으로 복제해 내는 경우라면 기왕 쌓여있는 문제 층에 똑같은 또 하나의 단층으로 굳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것. 아울러 옴팡지게 휘날리던 ‘구랏발’을 결말 지점에서 나몰라라 식으로 어중간하게 꼬리 내리며 제풀에 지쳐버린 것 아닌가 하는 것. 이 지점에서 심사위원 사이에 논쟁이 오갔다.


여전히 어느 작품도 수상작으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젖혀 두었던 시 <변복(외 36편)>이 재논의되었다. 쉼표 사용이 지나치고, 언어유희가 과잉되어 있다는 일부 의견을 참작해 둔 상태였다. 쉼표 사용은 시인의 고유한 의도라는 게 드러나긴 하나, 그게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동물이나 식물 등을 소재로 한 시들에서 작의가 너무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공력이 느껴지는 언어적 센스와 그 배면으로 드러나는 품 넓은 통각, 사물과 단어의 껍질을 마치 호두까기하듯 발라내 다른 의미, 색다른 물성으로 야무지게 색칠해 내는 솜씨는 그 누구의 시보다 독창적이라는 판단이 우세했다. 결국, 오랜 고심과 논쟁 끝에 ‘남한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으나, 남한에서만 쓰일 수밖에 없는 소설’이란 평가까지 나온 <김정일화 1호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월영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수상하신 황혜경 시인께 축하드린다.






박상륭상 운영회의(강정 김진석 김진수 배수아 한유주 함성호) 감사: 동명, 신혜정






조회수 2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