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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상자 발표

제목 제1회 박상륭상 발표 : 장현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外 39편 / 수상소감
작성일자 2019-02-16

수상자 : 장현

수상작 :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39

수상자 약력: 1994년 출생. 서울 거주.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재학중.




박상륭상 심사경위

1회 박상륭상 심사 경위

      
  여러모로 당혹감과 기쁨이 교차하는 심사였다. 2018920일까지 접수된 응모자는 총 254(평론 3, 희곡 17, 109, 장편소설 43, 단편소설 82)이었다. 장르 불문이라 쳐도 기대 이상, 예상 밖이었다. 심사 방식 및 기준에 대한 운영회의의 재고가 길어졌다. 당초 1120일로 예정되었던 수상 발표가 연기될 수밖에 없었고, 응모자들에게 일일이 사과문을 공지하는 과정을 거쳤다. 두 달 여의 숙려 기간을 가지면서 몇 차례 논의 끝에 운영회의 소속 위원들 내부에서 심사를 마치는 게 옳다는 결정을 내렸다. 성명 등 개인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한 후, 응모작들을 장르 및 성향 별로 5등분해 나눠 읽는 과정이 있었다. 그 후, 121일부터 3일간 경기도 모처에 합숙해 최종 심사했다. 일정 수준 이상을 넘기는 작품들이 많았기에 외려 속도감이 더 붙는, 약간은 달뜬 심사였다. 딱히 본 상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면이나 계기를 통해 발표해도 손색없을 작가를 장르 별로 최소 두세 명은 골라낼 만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확고한 기준을 세워야 했다. 박상륭의 문학이 당대 및 미래에 끼칠 영향은 광범위하고도 지난한 일이지만, 그의 아류나 모작을 골라내는 게 아닌 이상, 한 작가가 그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문학적 아성을 자신만의 창작기법으로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을 지지하고 후원한다는 본 상의 취지를 거듭 되새기게 되었다. 그런 끝에 장르 별로 한 편씩 최종 논의되었다. 장르 불문, 심사위원 전원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응모작들은 걸러지는 과정이 있었음을 밝힌다.

 

평론: 응모가 가장 적었음에도 운영회의 내부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다. 응모작의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운영회의 내부의 자숙과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애초 박상륭 문학에 대한 비평 및 논문으로 제한하였던 것이 패착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상륭 문학을 기본으로 하되, 응모자의 역량을 다각도에서 살필 수 있는 시점도 필요했었다는 자각이 있었다. 그런 연유로 조금 더 개선한 응모 요강을 통해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응모작 중 신 없는 시대의 신, 법 없는 시대의 법 - 박상륭, 뙤약볕연작은 박상륭 문학에 대한 애정과 끈끈한 통찰이 돋보이는 글이었다. 딱딱한 분석보다는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언어적 깊이와 서사적 상징성 등을 차분하면서도 유려하게 풀어나간 점이 매혹적이었다. 어느 지면에 공개해도 흠집 잡힐 여지가 없어 보인 만큼, 여전히 모자라 보이는 작금의 박상륭 연구에 큰 힘이 되어주기 바란다는 당부를, 절차 상 문제에 대한 사과 말씀과 더불어 전해드린다.

 

희곡: 밤이여 나뉘어라가 최종 검토되었다.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대를 이은 여인들의 욕망과 음모를 통해 인간 내면의 불가해한 심층을 드러낸 작품이었다. 연극적으로 잘 세팅된 극적 구조와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수려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전개시킨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연극과 관련한 오랜 경험과 성찰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왕위 계승을 위한 모반과 여인들 간의 질시와 음모의 드라마가 너무 낯익다는 결론이었다.

 

단편소설: 눈사람2이 최종 검토되었다. 가족사를 배경으로 걸쭉한 입담과 섬뜩한 이미지, 디테일한 묘사가 감칠맛 나게 전개되는 작품이었다. 지나치도록 깔끔하게 다듬지도, 너무 방만하게 풀어놓지도 않는 선에서 긴장감 있게 조율된 문장은 매우 팽팽했고, 큰 장면과 작은 장면들을 능란하게 죄였다 풀었다 하는 전개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세 편 공히 가족사에 치중된 내용, 약간은 진부할 수도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감정적 울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주제의 확장성 및 보다 깊이 있고 공명이 큰 여운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장편소설: 대자궁 시대(The Great Womb Period)가 최종 검토되었다. 당대에서 근미래까지를 배경으로 인공수정을 통한 성 정체성 및 성 역할의 혁명적 변화를 내다보는 통찰이 대담하고도 흥미로웠다. 다소 황당할 수도 있을 내용을 힘 있게 밀어붙이는 논거와 극적 구성에도 설득력이 있었다. SF적 발상의 신선한 한 첨단을 보고 있는 듯했다. 기성이든 신인이든 추후 굉장히 강력하고 특색 있는 작품을 계속 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그럼에도 정치적 입장과 태도를 너무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심사위원 전원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좀 더 녹이고 스밀 수 있게 조율한 문학적 내성을 곧 갖추리라고 본다.

 

: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39이 최종 검토되었다. 압도적이었다. 편수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시집 한권은 족히 채울만한 분량을 그 자체의 시적 에너지와 단단한 이미지 세공술 없이 응모했다면 외려 감점 요인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단단하고도 조밀하게 결빙된 얼음에 색색의 알갱이를 그려냈다는 비유가 심사평에 걸맞을지 모르겠으나, 그만큼 안으로 조이고 밖으로 야금야금 뿌려내는 이미지 직조 능력에 잠깐 동안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시적 토대를 튼튼하게 구축했다고 봤다. 심사위원 그 누구의 반대도 없었다. 문단 활동이 뜸한 기성시인일 거라는 확증이 90% 이상 굳어지는 참이었다. 다른 장르에서의 의견 불일치가 총 정리된 다음, 연락을 취했다. 정체(?)를 알곤, 운영회의 전체가 기차고 신나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20대 중반의 대학생이었다. 수상자도, 박상륭상도 이제야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하는 셈이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박상륭상 운영회의

- 강정 김진석 김진수 배수아 함성호










수상소감

動機附與






 


장 현

94년생 서울 거주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 재학 중





이것은 일곱 번째 투고였다, 총 아홉 번 중.


만 나이로 22살부터 글을 썼다. 이 투고에는 총 마흔 편의 시가 묶였는데 22살부터 23살까지 썼던 대부분의 시를 모으고 모아 시집 한 권을 만드는 마음으로 편집하고 디자인한 뒤 묶어 보냈다 그리고.


이 상의 수상작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새해가 되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신춘문예 투고를 거치고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다. 나는 모두 떨어졌다. 한동안은 정말 바닥에서 카페 의자를 쳐다보며 애정하는 사람과 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를 소설의 한 장면에 쓴다. 재미있게.


 


- 우리의 목표는 자신의 책상과 의자가 생기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해.


- ,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저 의자. 저 의자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아직까진 특별해. 특별한 우리가 특별하지 않은 의자를 얻지 못해 이렇게 모였다. 슬프다.


 


얼마 전 나는 생각했다. 침울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명치가 조금 아팠다.


왜 내가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생각한다. 웃는 얼굴은 아니고 여전히 명치는 조금 따갑다.


어째서 이번엔 나인가.


뭐가 달랐을까.


달랐다면 뭐가 달랐냐.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뭐가 달랐을까, 이번에는 내가.


이번에는 내가 운이 좋았다.


 


최근에 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 앞에서 오래 골똘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문득 이런 말이 쓰고 싶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내가, 듣고 싶었던, . 그런 게 있기는 했나.


그럼에도.


들었고 들은 후에 아, 내가 이 말을 듣고 싶었나, 싶을 때.


당선 전화를 받은 후였다.


 


내가 많이 지쳤을 때, 내가 울기 시작했을 때


안 보일 때가 많았다.


내 친구들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는 안 보일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당신의 책상과 의자는 글을 쓰는 그 짧은 순간의 광기 속에서만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머물렀던 자리가 그렇게 아주 잠깐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완전하게 완벽하게 나의 자리를 점유하고 싶다 주위를 둘러보는 일에 지쳤다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이고 싶다 출퇴근을 하고 싶고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일터에서 다달이 급여와 상여금도 챙기고 싶다 반려동물을 먹여 살리고 싶고 애인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다. 자주.


이것들은 모두 미래와 관련이 있지만 글쓰기와는 별 관련이 없는지도 모른다 혹은 너무 깊은 관련이 있어서 내가 돌아버린 걸까. 상관없다. 상관있다.


 


내가 내가 안 보이고.


내가 깜빡거리더라도.


내가 거기 있었고.


내가 거기 있다는. 그리고 나는 나 당신은 당신이라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엄격한 터프한 어른이고 싶다. 그런 어른의 밤은 편안하고 잠을 잘 잘 수 있음을 배우고 있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힘을 주는 드라마 대사가 있다.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어요. 어린 친구가 취해있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 말 속 어린 친구에게 정규직 입사 동료는 말한다.


나는 아직도.


당신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일 봅시다.


 


자주.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 이 세계에서. 책은 소설은 시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쓰기.


글쓰기는 중요하다 많이 좋아하니까. 책상과 의자 앞에서 쓰던 대로 이렇게 이렇게.


아쉽게도 그 일은 길지 않아서 곧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뿐이다. 내 글이 어떤 형태를 갖추던 내가 원하는 것은 한가지다. 명랑하게 망하기를.


, 따라 해봐라. 망해라. 망해. 망해도 돼. 망하자. 망망망


잘 망하는 일은 아직 모르지만 조금 귀엽고 자주 미끄러지기를.


웃으며 괜찮다며 산산조각 나기를. 낙서에 집중하기를.


세상을 두려워하기를. 당신이 있는 이 테이블. 당신이 없는 그곳의 사람과 세계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를. 공부를 완성하지 말기를.


모두의 자신감을 소망한다. 주정뱅이처럼 취할 때는 취하길.


 


마지막으로. 김온새음. 이기리. 이다현. 그리고 최민호. 나의 독자들. 내 글쓰기의 절반은 모두 당신들의 것.


가슴을 펴고 목을 세우고 천천히 걷기를. 당신들의 영원한 독자이고 싶어요.


 


 


계속해보겠습니다.


 


 


2019 1


장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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