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륭상 공식 홈페이지

박상륭상의 수상작 및 수상소감 등
지난 역사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상결과 >역대 수상자

역대 수상자 발표

제목 제3회 박상륭상 발표 : 안윤 / 장편소설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
작성일자 2021-01-20
제3회 박상륭상 수상작 : 장편소설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




▶ 수상자: 안윤

▶ 수상자 약력
1982년 부산출생




---
제3회 박상륭상 최종 심사경위






20201120일까지 접수된 원고는 시 101, 소설 82, 희곡 3명의 작품이었다. 작년보다 40여 명 늘었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논문 및 평론은 한편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따로 숙고해보진 않았으나, 박상륭 문학이 가지고 있는 웅대하고 깊은 사유의 세계와 언어적 파괴성을 일상 비평적 논리나 형이상학적 해찰로 통틀어 가늠하기가 여전히 녹록치 않다는 반증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 보았다. 예년과 다르게 투고작들을 1차로 검토하면서 작품의 질적 무게와 가치를 미리 점검해 보는 예심 과정이 있었음을 밝힌다. 그렇게 추려낸 원고들을 들고 118일부터 23일 동안 본심 과정을 거쳐 수상작을 결정했다. 장르 별로 마지막까지 논의된 작품들을 언급한다.

    

 


 

결과적으론 수상자가 나오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작품들이 많았다. 등단 여부를 떠나 어느 지면에 발표해도 손색없을 작품들이어서 오히려 너무 상향평준화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원예 게임> 13편은 다채롭고도 섬세한 언어들의 향연이었다. 호흡 조절이 능란했고 그로 인해 환기되는 사물의 이면, 삶의 심층 등이 효과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매혹적으로 읽혔다. 비슷한 수준이 꾸준히 유지된다면 시집 한권으로 묶어도 손색없을 듯싶었다. 하지만 시의 전체적 형식을 미리 고려해놓고 그 틀 안에서 언어가 작동한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서 의탁된 것이 아닌, 언어 자체의 자발성과 장력을 더 유연하게 활용한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방울무늬 주의자> 11편은 풍부한 색감, 몽글몽글한 언어적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작품들이었다. 한 편 한 편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었으나 때로 평범한 산문 투로 결론 짓는 잠언 풍의 시구들에서 작위성이 느껴졌다. 더 말하고자 하는 욕망이 발동하는 순간 펜을 놓아버리는 결단력이 아쉬웠다.

 

<얼굴> 14편은 독특한 미니멀리즘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평범한 명사들을 통해 하나의 기표로서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일반성을 단순한 문장들을 통해 해체해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문단 주류의 어떤 풍토와도 엮을 수 없는 내밀하고도 과감한 시도에 박수를 쳤으나 미니멀함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단조로움의 매력이 박상륭이라는 이름과는 상치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본 상이 박상륭상이 아니었으면 쌍수를 들었을 거라는 한 심사자의 사심(?)도 있었음을 밝힌다.

    

 

희곡

 

각기 다른 3인의 3편이 접수되었다. 모두 희곡 자체, 그리고 연극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장점에 능통해 있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기존 연극이나 희곡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개성들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어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음을, 투고하신 분들의 뛰어난 능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소설(장편, 중단편 포함)

 

장편 응모작이 많았던 게 고무적이었다. 책 서너 권 분량은 족히 될 만한 연작 SF 소설들이 여러 편 있었던 점도 흥미롭고도 희망적이었다. 소설이라는 장르 특성 상, 당대 현실의 문제들 코로나 19로 인한 풍속의 변화라든가, 젠더 이슈와 실업 문제 등을 다룬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문체의 변화는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매체적 속성을 덜어낸 채, 그 서사구조만을 단순하고 가벼운 문장으로 콘티 짜듯 나열한 작품이 많았던 건 전체적인 아쉬움이었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굉장한 형식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적잖은 소득이었다. 그 많은 투고작들이 뭔가 분별없이 뒤섞이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힐수록 문학 본연의 문체가 가지고 있는 풍취와 기품에 대한 갈망이 강해졌다. 그런 관점에서 안윤의 장편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는 심사자들의 심상과 감각을 자극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키르기스스탄을 배경으로 사람의 기억과 상처, 만남과 헤어짐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 없이 전개됨에도 한치도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문장의 밀도, 그리고 마치 직접 현지인의 대화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 사물에 대한 섬세한 자각과 심리의 교직이 우아하게 펼쳐지는 수작이었다. 상처를 드러낼 때 덩달아 아파지고 짧은 환희를 토로할 때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 때문에 굉장히 더딘 독서가 됐지만, 삶의 소소하지만 내성 깊은 심연을 들여다봤다가 나온 뒤의 묵묵한 성찰들은 근래 보기 드문 내공이었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다가갈수록 자신만의 웅대한 고독 속에서 우주와 내통하는 듯한 내밀한 결기에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짐짓 호흡을 끊어 먹는 성찰과 사유가 약간 지루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정도라면 본 상의 취지와 가치에 흠집 잡힐 바 없다는 데 동의하긴 어렵지 않았다. 더욱이 갓 마흔의 신인이었다. 오랜 숙련 끝에 큰 빛을 보게 된 수상자에게 축하 인사드린다.

 

    

 

 

박상륭상 운영회의

강정 김진수 김진석 배수아 함성호

 

조회수 2025